[책리뷰] 시그널 경제도서, 금융위기 일상신호 원인은 미국 양적완화

어떻게 이 책이 저 밑에 있고 이지성의 에이트가 경제.경영 베스트셀러 1위란에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만큼 우리가 책을 안읽고, 어려운 책은 더더욱 안읽고, 머리아픈 생각하기를 싫어하게 되었다는 뜻이다.

기왕 제대로 통찰력을 길러보고 싶다면, 남이 해논거 후루룹 공부해서 말빨로 적당히 설명해주는 선무당들보다는 진짜 전문가가 말하는 메세지가 무엇인지를 한번 귀담아 들어보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되뇌여보는 것이 훨씬 큰 깨달음을 준다.

오랫만에 인상깊은 부분을 마킹까지 해가며 열심히 읽은 책이었다. 2019년 5월 27일 발행, 총 쪽수는 498페이지, 가격은 19500원이다. 인터넷에서 구매시 17550원에 판매되고 있다. 나는 도서구매도 쿠팡 로켓배송으로 추가비용없이 다음날 받아보는데 가격은 다른 서점들이랑 같다. 와우

책은 항상 어떤 사람이 쓴건지를 알고 읽어야 이해에 도움이 된다. 저자 피파 맘그렌은 백악관 경제정책 보좌관 출신의 경제학자이다. 부친 역시 4명의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경제정책 업무를 수행한, 한마디로 경제학 명문 금수저 집안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피파 맘그렌의 모친은 옥스퍼드에서 반지의 제왕 작가 톨킨과 동문수학한 문과생이다. 어머니의 영향으로 그는 경제를 복잡하고 머리아픈 숫자가 아닌 일상속 잡담처럼 이야기로 풀어낼 수 있었다고 자평한다.

그래서 이 책 시그널은 두꺼운 경제서적임에도 그 흔한 차트 그래프 표 하나 나오질 않는다. 데이터가 아니라 직관과 통찰로 우리 일반인들을 이해 시키고자 하는 것이 피파 맘그렌이 시그널을 집필한 목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 동화책처럼 마냥 쉽지만은 않다.)

시그널 책의 주요 키워드는 아래와 같이 6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다.

사회계약 : 어떤 국가가 국민들과 암묵적으로 맺고 있는 약속이다. 치안과 물가안정, 일자리창출 같은 국가의 역할을 하면서 국민은 그 대가로 세금을 내고 국가에 의무를 하는 쌍방의 협의이다. 만약 정부가 이 사회계약을 파기하게 되면 시위가 일어나고 국가의 기능이 마비된다.

시그널 : 이 책의 제목이자 작가가 가장 강조하는 부분인데, 이 책의 주제 자체가 시그널은 아니고 여러 키워드 중의 하나로 등장한다. 뉴스에 나오는 정부의 경제정책 뿐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으로도 경제 변화의 중요한 신호를 감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엣지워크 : 어떤 경계를 뛰어넘어 도전하는 위험감수의 용기이다. 확정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이렇게 도전을 할 때만 비로소 새로운 부가 창출되고 성장동력을 마련할 수 있다. 

쉽게 예를 들면 레이싱 경주에서 목숨을 걸고 극한의 영역까지 몰아붙이는 순간이라던지, 나의 판단은 확실한데 여기에 500억을 배팅한다고 했을때 심장이 고동치고 밀려오는 공포를 뛰어넘을 수 있느냐의 문제이다.

인플레이션 : 요즘 돈의 정체에 대해 알려주는 경제서적들이 많아졌는데, 자본주의를 바라보는 밑바탕은 신용과 인플레이션을 이해하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이라는 것이 발생할 때 우리 생활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또 인플레이션은 왜, 누가 발생시키는가를 안다면 세계 경제 돌아가는 것을 대부분 이해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덤으로 디플레이션까지 이해하면 아마추어 경제학자 정도는 되는 거겠지.

양적완화 : 경제는 언제나 주기를 가지고 순환을 반복한다. 그 말은 궤도에서 이탈하는 흐름을 그때그때 실시간으로 되돌리는 것은 어려우며, 한발짝 늦게 신호를 감지하고 정부 정책과 시장참여자들의 행동이 나타난다는 뜻이다.

2020년 현재의 경제 주기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펼쳐진 양적완화의 시대라고 봐도 좋다. 양적완화로 인한 부작용이 무엇인지, 그 때문에 세계 여러 나라가 각각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를 이해하면 앞으로의 예측을 하는데 필요한 통찰력을 기를 수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 : 중동에서 벌어지는 무력충돌,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중국의 긴장고조, 러시아의 무력압박 증대. 이런것이 왜 벌어지는가 결국은 다 돈문제이다. 돈이 쪼달리면 그 국가의 사회계약이 위협받게 되고 따라서 정부는 다른 선택지를 찾을 수 밖에 없다. 

즉, 양적완화에 따른 인플레이션 유발, 그리고 사회계약이 위협받는 국가들의 지정학적 리스크 증대. 이런 현상을 곳곳에서 시그널로 포착하고 받아들이는 안목을 기르고, 그 속에서 어떤 판단을 가지고 헤쳐나갈 것인지 경제적 인격을 확립하고 엣지워크에 도전하라는 것이 이 책의 흐름이다.

많은 나라들이 경제성장의 측정 지표로 GDP를 아직도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정부개입이 커지는 자본주의 하에서는 이 GDP가 부의 창출을 대변하지 못하고 괴리가 늘어가게 된다. 

이렇게 이야기로 간단히 풀어 주었지만 사실 이 부분만 제대로 이해하려고 해도 몇날 며칠을 자료를 찾아보고 스스로 고민해봐야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나중에 좀 더 심도있게 생각해보기로 하고 일단 마킹만 해놨다.

세계 최정상의 피아니스트는 '가벼운 느낌을 담아서' 치라고 한마디로 말할 수 있지만 그 수준을 이해하려면 수도 없는 연습과 모방과 공부를 해서 베이스가 높아진 상태라야만 간신히 그 말의 '느낌'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피파 맘그렌은 시그널에서 '인격'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이게 최고의 번역인지는 잘 모르겠다. 한국어로 인격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인성, 인품의 의미가 떠오르는데 여기서는 진짜 사람의 인격을 말하는게 아니라 '굳건하게 확립된 경제적 자아'를 뜻한다고 생각된다.

성장과 침체를 반복하며 흘러가는 경제의 바다 속에서, 항로를 찾고 판단에 믿음을 가질 수 있는 단단한 내면의 토양. 즉 경제적 판단을 할 수 있는 하나의 주체로서의 확립을 말한다. 생각없이 살지말고 부지런히 공부하고 경험해서 각자가 경제적 인격체가 되라는 말이다.

왜냐면 우리는 좋든 싫든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고, 이 자본주의라는 것은 다른이의 부와 행동이 나의 생활에도 영향을 주는 무서운 게임판이기 때문이다. 부루마블에서 건물 안올리고 혼자 말만 이동하면 결국 죽는 것처럼 (ㅠㅠ)

제대로 된 (경제적) 인격을 갖추지 못하면 남들 하는데로 휩쓸려서 따라가다가 폭망하게 된다. 모두가 같은 방향만 바라보고 뛰어드는 것은 사회의 관점에서 봤을때도 비생산적이고 미래가 암울한 현상이다.

예를 들면 지금 대한민국의 교육과 부동산이 그렇다. 그저 대학 잘가기 위해 시험 잘 찍는데 특화된 교육만 평생 받다가, 그렇게 어렵게 취업해봐야 회사의 노예일뿐이라는 생각만 하게된다. 내가 뭘 원하는지 무엇이 날 행복하게 만드는지 생각해본 적도 없이.

그러다 결국은 부동산 투기나 해서 한몫 크게 땡기고 남 위에 군림해서 떵떵거리고 살자라는 탐욕스런 인간들만 바글거리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게 모두가 가는 방향으로 휩쓸리다간 소수의 부만 더욱 축적되고 대다수 탐욕스런 돼지들은 모두 도살당하게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자신만의 인격을 가지고 경제의 바다에서 옳게 항해해갈 수 있을까. 숫자와 AI를 맹신하지 말고 본질을 보는 직관과 통찰을 길러야 한다. 경제학 수학모델은 반영할 수 없는 것들을 왜곡하고 무시해서 크나큰 위험을 떠안고 있다.

이 책 제목 시그널에서 말하듯이 일상 생활에서 초콜렛이 같은 가격에 양이 줄었다는 것으로부터 회사들이 원가상승 부담을 느끼는 것인가? 라고 연결한다던지 하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매일 아침 일어날 수 없는 일을 다섯가지씩 상상해보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슬슬 경제의 본질로 들어가서, 거시경제를 이해하려면 채권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다. 채권이 뭐지? 이상태로는 백날 유튜브 죙일 듣고 책 100권 1000권 읽어도 돌아가는 원리를 전혀 알 수 없다.

미국은 채권을 발행해서 다른 나라의 돈을 빌려온다. 만기가 되면 이자를 지급한다는 정부의 수익률 보증이 약속된 증서가 바로 미국 국채이며 이 채권을 팔아서 미국은 돈을 차입한다.

반대로 자기들이 달러를 찍어내서 시중의 채권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시중에 돈을 푼다. 이것이 바로 양적 완화이다. 달러 겁나 찍어서 지들 국채 되사고 시중에 현금을 뿌려버리는 것. 

이렇게 되면 정부가 많이 사니까 채권은 가격이 상승하게 되고, 채권의 투자원금이 상승하므로 기대수익률은 하락한다. 따라서 채권의 투자가치는 떨어지고 다른 실물자산으로 현금이 흘러가게 되는 것이다. 주식과 부동산 가격 상승이 이렇게 이어진다.

이런식의 양적완화는 통화가치 하락을 불러와서 자본주의의 근간을 위협한다. 가만히 있는 사람의 저축예금 가치를 폭락시켜버리는 것이다. 나는 착실히 일해서 월급받고 저축만 하고 있는데, 갑자기 집값이 3배, 음식값이 2배 상승하면 내 돈이 1/3토막, 1/2토막 나는 것과 똑같은 것이다.

하지만 이 양적완화와 인플레이션의 경제 개념을 알고 살아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물가가 상승해서 체감 경기가 안좋아졌을때만 불평이 나오기 시작한다. 

어릴때부터 경제과목을 교육과정에 추가해서 모두가 경제정책에 대한 안목을 기르고 정치선거에도 반영할 수 있도록 교육개혁을 해야하지 않을까 이제는.

얼마전 중국 돼지고기 가격 폭등 뉴스가 연일 나왔던 적이 있었다. 피파 맘그렌 같은 사람은 이것은 아주 중요한 경제적 '시그널'이라고 받아들인다. 반면 보통 사람들은 뭐 돼지열병 때문에 돼지 다죽어서 그런가? 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을 것이다.

모든 가격변화에는 일단 수요과 공급이 달라졌는지, 또는 통화가치가 변한것인지부터 따져보아야 한다.

내가 세계 경제 배후의 진실을 이렇게 쉽게 풀어서 설명해주니 머리를 한대 맞은것 같죠 여러분?? ㅎㅎㅎㅎ 핵심은, 미국이 기축통화국에 세계최대 경제강국이라는 지위를 이용해서 마음대로 정책을 실행하면 그 영향은 전세계 국가들이 받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영향이라는 것은 최소한 요즘 보기에는 안좋은 방향이다. 미국의 이익만을 지키고자 행하는 경제정책이기 때문에 당연히 다른 누군가의 플레이어들은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 

내가 이 책에 딱 한가지 의구심이 드는 부분은, 이런 영향에 대해 미 연준에서도 몰랐다고 나오는데 나는 그 사람들이 과연 그렇게 무지할까? 싶다. 양적완화를 통해 일어날 거시경제의 변화 정도는 충분히 예측할 수 있지 않을까 그 똑똑한 사람들이.

그렇다면, 양적 완화는 미국 금융재벌을 지키기 위해 국민들의 혈세로 땜빵하고, 나아가 미국의 국익을 위해 전세계 다른 나라의 희생을 강제하는 강력한 금융 공격수단이었다는 이야기이다.

물가는 채권시장을 보고 선행지표로 판단하는데 지금같이 국가가 대량매수를 해버리는 상황에서는 채권시장의 인플레이션 경고 기능이 상실된다. 겉으로는 인플레이션은 없다 라고 하면서 우리가 느끼는 실질 체감물가는 폭등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현실이 이렇게 발생되었다.

마치 1차대전 전의 극심하게 안좋았던 경제상황과도 비슷하다는 의견들이 있다. 미국이 채무를 엄청 늘리면서 동시에 양적완화로 인플레이션을 유도하여 채무 불이행을 한다는 것이 중국 러시아 그리고 신흥국들의 입장이다. 이제는 미국이 자기들만 좋으라고 정책을 펴는것을 모두가 알았다.

채무를 해결하는 방법은 이것 뿐이다.

1) 디플레이션을 받아들여 고통의 시간을 인내하면서 채무를 처리하고 성장동력을 다시 만든다.

2) 인플레이션을 부추긴다. (채무가 100억인데 돈 가치를 반토막 내버려서 반만 값겠다는 심보)

3) 전쟁

4) 혁신을 통한 새로운 성장동력 모색

이 다음 바로 혁신 내용이 이어지며 저자 피파 맘그렌은 경제적 타격없이 우리가 만들어야 할 돌파구는 혁신밖에 없음을 강조한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새로운 시도가 많아지고 그 중에서 혁신이 창출된다는 것이다.

나는 이 의견은 조금 너무 낙관적인게 아닌가 싶다. 테슬라의 전기차, 아마존의 끝없는 혁신모델, 이런 것들로 새로운 부를 창출하고 나아갈 수도 있지만 과연 거기에만 의존할까? 인간은 기본적으로 못돼 처먹었다.

특히 세계 최강국으로 경제와 군사 모두 막강한 위력을 자랑하는 미국은 그 힘을 분배하고 스스로를 낮추어 다른 나라들을 끌어올리는 데 쓸리가 없다. 앞서고 있을때 더욱 다른 애들을 짓밟고 더 격차를 벌리려고 하겠지

그래서 실제로 미국이 쓰고있는 방법은 2번 인플레이션 + 3번 전쟁 콤보가 아닌가 ㅋㅋㅋㅋ 미국은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거기에 맞서서 우리 혼자 혁신이나 주장해봐야 파멸하기 십상이다. 공격을 막아내고 반격할 수 있는, 아니면 최소한 중상입지 않고 생존이라도 할 돌파구를 고민하는 것이 우선이다.

대한민국 부동산 투기공화국에 어울리는 신조어 캐시트레이션. 무리하게 주택을 구입해서 무기한 재무불능 상태에 빠지다. 하우스 푸어랑 비슷한데 하우스 푸어는 과다 빚으로 모든 수입이 이자원금 상황으로 빠지는 거지상태를 말하는 것이고 이건 파산한다는 의미겠지.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 경제위기는 꼭한번 우리를 강타할텐데 그때 대한민국을 이끄는 리더그룹부터 정상적이어야 뭐라도 제대로 해볼 수 있다. 빨리 적폐청산 안하고 쓰레기들 계속 자리보전하면서 쳐 앉아 있으면 일본 수출금지 때처럼 친일파랑 싸우느라 힘을 더 빼다가 나라 전체가 순식간에 침몰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 시그널을 보면서 책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강력한 한마디는 이것인것 같다. 돈의 가격보다 더 중요한 가격은 없다. 최근 저금리 양적완화로 인해 원래 무위험 수익률의 지표여야 할 국채가격이 왜곡되고, 시장은 위험의 무수익률에 광적으로 배팅하게 되었다.

돈을 물건에 붙어있는 가격표 개념에서 자본의 가치로 발상을 전환하여 이해할 수 있을때 비로소 우리의 경제적 '인격'이 성장하고 엣지워크로 뛰어들 힘도 길러질 것이다. 요즘 많은 경제서적들이 말해주는 본질이 결국은 일맥상통한다. 

지리의 힘도 알고보면 화폐전쟁과 연관된 맥락이고, 결국 자본주의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돈이 돌아가는 흐름을 볼 수 있는 눈을 기르는 것만이 살아남는 길일 것이다. 시그널 정말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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