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사 박경철 2008년 아주대 특강 W와 백수는?

레전드 명강의로 꼽히는 시골의사 박경철 님의 아주대 강연을 봐야지 봐야지 하고 저장만 해놓았다가 드디어 들어보았다. 미국주식 정보방을 운영하는 방장님께서 추천하며 보내주셨던 것인데, 이거 보는게 뭐라고 몇 달을 미루다가 이제 봤는지.

1. 백수친구와 W는 누구?

강연이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에 어떤 학생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W가 누구냐고 물어보는데 박경철씨는 그건 저기를 보라고 했더니 손가락을 보는 것 같다고 하고 알려주지 않는다.

그래도 궁금한 것이 인지상정, 구글링을 해보니 시대를 앞서간 W와 그를 알아본 통찰력의 백수 친구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참고로 WWW의 시대가 온다는 강연이 열렸던 곳은 삼성경제연구소이다.

W의 주인공은 바로 다음 커뮤니케이션의 창립자인 이재웅 씨이고, 백수 친구는 한국 최초의 웹메일 서비스 깨비메일을 개발한 나라비전의 대표 한이식 씨이다. (심지어 나라비전은 아직까지도 많은 기업, 공공기관, 대학교를 대상으로 웹메일 솔루션 사업을 해오고 있다!)

시대를 바꾸는 인재들은 무슨 기업을 알아보고 주식을 사는 정도가 아니라, 본인 스스로가 그 길을 개척하고 세상을 이끄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을, 그들이 만든 기업을 알아보고 그 배에 올라타는 것이 방법 중 가장 쉽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주식투자이다.

2. W의 말대로 달라진 세상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후, 박경철씨가 아주대에서 이 강의를 하는 시기가 되었다. (2008년)

이재웅 씨가 앞으로는 웹의 시대 WWW의 시대가 온다, 모두가 전자 메일을 보내고 소통하는 세상이 열릴 것이라는 소리에 콧방귀를 뀌면서 무시했던 그 세상의 모습이 지금 그대로 현실이 된 것에 소름이 돋았다고 한다.

또한 모두가 정신병자라고 손가락질 할 때 (박경철 본인조차도) 그를 알아보고 거기에 길이 있다고 믿은 백수 친구는 대체 나와 무엇이 다른 것일까. 똑같이 두 눈으로 보고 두 귀로 들었는데 왜 누구는 헛소리로 치부하고 누구는 미래의 예언임을 알아챌 수 있었을까.

그 차이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다가, 어차피 세상은 0.1%의 천재와 그를 알아보고 동참하는 0.9%의 통찰력을 가진 인물들이 혁신을 이끌며 역사를 만들어가는 것이고 나머지 99%는 잉여인간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기로 했다.

그러면, 나는 천재도 아니고 알아볼 통찰력도 없으면 어떻게 해야할까. 많은 사람을 만나고 나보다 똑똑한 사람, 통찰력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거기에서 해답을 엿보고 엿듣고 슬쩍 올라타는 것만이 할 수 있는 방법이다.

3. 박경철 씨의 말대로 달라진 세상

 

그러면 이제 2010년대가 되면 또 어떤 변화가 올것인가. 그게 보이지 않아서 매일 잠도 안온다. 또다시 잉여인간으로 돌아갈 것 같아 걱정된다. 그래서 다시 한번 의사 휴직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러 다닐까 고민중이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이 때 박경철 씨가 얘기해준 키워드들이다. well-being 기계가 아닌 사람이 중심이 되어 사람을 위하는 세상이 온다는 가정하에

1. 의학, 약학

2. 헬스케어, 바이오

3. 엔터테인먼트

4. 대체에너지, 에코

5. 지식산업

이걸 10년전, 2000년 당시의 W들과 통찰력 있는 사람들이 말해줬다고 했는데 실제로 2000년대에는 웰빙 열풍이 우리나라에도 불면서 이런 산업들이 급속히 성장했다. (중국집 이름중에 웰빙성도 있었던 것이 기억난다.)

그런데 이 키워드들은 2000년대에서 끝나지 않았다. 그 후 또다른 10년 이상이 지난 현재에 와서는 어떠한가? 저 키워드들은 모두 여전히 중요하고 날로 중요해지고 있다. 거대한 변화가 온 후에 그 흐름이 10년만에 끝나서 다른 물길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 여러 세대를 거치며 더 발전하고 고착화되는 것이다.

물론 그 와중에 또다른 새로운 W가 새로운 혁신을 가지고 세상에 나타난다. 그동안 어떤일이 있었는지 보자.

저 강의의 시점인 2008년에서 1년 지난 후 세계를 바꾼 W인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세상에 출시한다. 손안에 인터넷 세상에 펼쳐지게 되었다.

엔터테인먼트는 더더욱 발전해서 지금 핀란드의 모바일 게임회사 슈퍼셀이 올리는 매출은 1년에 40억달러에 달한다. 더 놀라운 사실은 라이엇게임즈 등 세계적 게임회사들을 싹수부터 파악하고 미리 투자해온 텐센트는 연매출이 100조에 달한다. 스스로가 W이면서 통찰력으로 다른 W까지 흡수한 것이다.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생활의 일부가 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렇게 보면 저때 박경철씨가 칠판에 적은 키워드는 그 이후에도 여전히 더욱 강력하게 세상을 이끌어왔다.

현재의 W는 누구일까

 

누가 봐도 W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이 현재도 있다. 전기차 혁명을 일으키는 중인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전기차는 전기차고 그는 이미 한 발 앞에서 로켓과 뇌이식 칩 같은 황당한 사업을 하고 있기도 하다. 마찬가지로 지금 들으면 정신병자 또라이 아니야? 하는데 10년 지나면 그게 세상을 지배하고 있을지 모르는 것이다.

메타 같은 회사를 보면 혁신이라곤 없이 끽해야 메타버스 한다고 깝치다가 내놓은 것은 그냥 VR 기계이고 남의 트위터 모방해서 스레드라고 내놓고... 그래도 부자는 망해도 삼대는 간다고 이미 기반이 확고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만으로도 무너지진 않을 것이다.

몇 번 새로운 시도가 실패하더라도 마침내 세상을 한 방 먹일 굵직한 서비스를 내놓을지도 모르지. W의 저력을 무시할 순 없으니.

그밖에는 요즘은 인공지능이 화두인데 이렇게 모두가 쳐다보고 있는게 과연 W일까는 의문이기도 하다. 예전과 달리 정보 접근 장벽이 낮아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잉여인간이 아닌 1%에 들어갈려고 발버둥치고 있다. 아마 50% 이상은 내가 1%라고 생각하면서 박터지게 경쟁하고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역사는 반복된다고 모두가 통찰력을 갖고 모두가 나눠먹고 행복한 미래가 주어지는 그만한 파이는 없을 것이다. 결코, 네버. 결국은 그 속에서도 더욱 뛰어나고 더 앞서나간 사람만이 거머쥐리라 본다. 앞으로 또다른 10년의 W는 무엇이 될 것이며 거기에 숟가락을 올리는 1%는 누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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