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멜로 실험 오류, 절제의 기술 - 스벤 브링크만

<절제의 기술>

부제 : 유혹의 시대를 이기는 5가지 삶의 원칙

현대 사회에선 온갖 현란한 광고가 우리를 유혹하고, 잠시도 쉬지 말고 스스로를 채찍질해서 열심히 달려야 한다고 등을 떠민다. 온갖 자기계발서와 성공지침서들이 더 빨리 더 많이 더 효율적으로 달리라고 소리친다.

인생은 한 번 뿐이라고 후회말고 즐기라는 YOLO (You Only Live Once)

흐름에 뒤쳐질까봐 걱정하는 FOMO (Fear Of Missing Out)

이런 것들이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고 불안을 부추긴다. 그 결과 잠시도 멈추지 못하고 계속해서 좋은 정보를 탐색하고 디지털 생태계 속에 자신을 매몰시킨다. 불필요한 소비를 하거나 밤새 넷플릭스 드라마를 보는 등 극도로 발달한 마케팅 기술 앞에 자제력을 잃고 빠져들기도 한다.

덴마크 심리학자 스벤 브링크만의 이 책 <절제의 기술>은 이런 풍조에 대해 '너네 진짜 이렇게 사는게 맞냐?' 라는 질문을 던지고 우리가 그 속에서 정녕 행복해지기 위해 추구해야 할 올바른 길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찰한다.

마시멜로 실험

 

이 책의 서두는 그 유명한 마시멜로 실험으로 포문을 연다. 스탠포드 대학의 윌터 미셸 교수가 '지연된 만족'을 연구하기 위해 행했던 실험으로 내용은 한번쯤 다들 들어봤을 것이다.

방에 유치원 아이를 넣어놓고 마시멜로를 준 다음 15분 참으면 하나 더 줄게 하고 나가서 반응을 본다.

이 실험 자체는 아이들이 보상이 주어진 절제를 위해서 어떻게 참아내는가를 관찰하는 거였는데, 정작 유명해진 계기는 20년 뒤 행해진 후속 연구 때문이었다. 실험에 참가한 아이중 참을성을 보였던 집단은 학업 성적, 스트레스 내성, 심지어 체질량 지수도 양호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자제력은 어린 시절에 형성되며 이 능력이 인생의 성공여부를 가른다. 라는 결론을 내렸다.

자 이제 저자 스벤 브링크만의 반론.

 

1. 이 실험은 통계적 결과만을 말해줄 뿐 개개인에 대한 고찰이 누락되었다.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폐암에 걸릴 가능성이 24배 높다. <-- 이런 문구만 보면 마치 담배피면 다 폐암 걸릴 것 같은 공포감을 조성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흡연자 중 남자 16퍼센트 여자 9퍼센트만이 폐암에 걸린다. 즉 통계적 결과는 주장하고자 하는 바에 따라 어떻게든 포장이 가능하다.

마시멜로 실험에서도 앞뒤 다 짜르고 단순히 잘참은 애들이 사회적 성공을 이룬다고 단정짓는 것은 무리가 있다. 효율성과 이윤 극대화에 목메는 문화에서 자기계발서의 좋은 소재로 둔갑했을 뿐이다. 실제로 호아킴 데 포사다라는 자기계발, 동기부여 전문가이자 대중연설가가 펴낸 책 덕분에 실험이 유명해진 것이니 우리는 또 한 번 책팔이에 선동당한 셈.

2. 자제력을 결정짓는데 개인의 성향 외에도 환경, 신뢰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셀레스트 키드가 마시멜로 실험의 조건을 비틀어서 행해보니 매우 다른 결과가 나왔다. 실험을 진행하는 어른이 믿을만한 사람으로 보여진 경우 2/3이 잘 참았는데 신뢰할 수 없는 예측 불가능한 어른이었을 경우 14명 중 단 한명만이 기다렸다.

즉 이 마시멜로 실험은 개인의 자제력 성향 외에도 마시멜로가 놓인 탁자와 뚜껑이 있는지 없는지, 실험 진행 방식, 기다리면 보상 주기로 한 어른의 태도, 참는 시간 등 매우 다양한 외부 요인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또 애초에 스탠포드 마시멜로 실험은 참가자 어린이들이 전부 부모가 고학력인 가정이라 표본추출도 일반적이지 못한 오류가 있다.

3. 애초에 보상 기대하고 자제하는걸 잘해서 성공한다는 전제 자체가 올바른가?

스벤 브링크만은 한걸음 더 나아가서 애초에 이 마시멜로 실험의 기준이 되는 판단 방식 자체가 과연 올바른가? 질문을 던진다. 보상을 잘 참고 어릴때부터 자제력이 있는 사람이 성공한다 -> 이게 좋은게 맞냐는 것이다.

그는 어떤 사람을 평가할 때 보상을 기대하고 잘 참는 것 뿐 아니라, 보상이 없을 때에도 자제력을 발휘하는것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친구가 도시락을 안가져왔을 때 나누어 주는 마음, 그런 것은 사회적 성공과 거리가 멀지언정 인간으로써 갖추어야 할 중요한 덕목이라는 것이다.

 

마시멜로 성공 공식은 오류? – Sciencetimes

 

www.sciencetimes.co.kr

나도 좀 찾아봤더니 마시멜로 실험을 제대로 다시 수행해본 결과 유치원생 참을성과 성공에는 상관관계가 없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스탠포드 대학 실험의 50명과 달리 천명에 가까운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였다.

결론적으로 마시멜로 먹는것을 참고 안참고는 엄마의 학력이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학력과 가정의 소득 수준이 어느정도 관계가 있으므로 부유한 집안 아이일수록 비교적 잘 참았고, 가난한 집안 아이라면 빨리 먹는게 낫다는 판단하에 참지 않았다는 것이다.

절제의 기술 책에서 스벤 브링크만도 언급했듯이 어떤 아이에게는 이러한 선택이 자신의 환경을 고려한 합리적 선택이었을 수도 있다.

한마디로 마시멜로 실험은 쓸데없는 것이고,,, 애초에 부모의 학력과 소득수준이 아이의 학력과 소득수준, 사회적 성공과 연관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니 굳이 이런 참을성 실험을 할 필요가 없는 부분이다.

철학 / 심리학 개념들

 

책을 읽으면서 나온 개념들을 간단히 정리했다. 언젠가 또 다른 심리학 책이나 철학 책을 읽게 되었을 때 머릿속에 조금이라도 남아 있으면 이해하는데 좀 더 도움이 될까 싶어서. 철학 개념은 워낙 어려워서 글자를 읽고 있어도 머릿속에서 정리가 안되고 무슨 말인지 뱅뱅 맴돈다.

쾌락적응 (쾌락 쳇바퀴)

우리는 항상 행복해야 된다고 생각하면서 더 많은 행복을 쉴 새 없이 쫓아다닌다. 그렇게 해서 잠깐은 행복감을 느낄지 모르나, 이내 그 행복에 익숙해지고 계속해서 더 많은 행복을 갈구한다. 목이 마를 때 바닷물을 들이켰다가 더 큰 갈증만 느끼게 되는 것처럼.

쾌락적응이란 행복이나 욕망 수준이 충족되어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이전의 기준치로 되돌아가는 상황을 말한다. 점점 더 계속해서 행복해질 수 있다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 누구도 계속해서, 24시간 내내 행복할 순 없다.

메멘토 모리

스토아철학의 근본적인 충고로 <당신이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라는 뜻이다. 우리 삶이 지닌 필연적인 한계를 (죽음) 깨닫고 그 속에서 올바른 한 길을 택해서 걸어야 한다. 새로운 정복 과제를 향해 끊임없이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대신에, 가지고 있는 것 주어진 것에 만족하고 감사할 줄 아는 능력을 기른다.

방어적 비관주의

덴마크 행복지수 1위의 비결은 높은 수준의 복지와 평등, 타인에 대한 신뢰 외에도 삶에 대한 기대치를 낮춘 역할도 있다. 북유럽에 있는 얀테의 법칙은 '내가 대체 뭐라고?' 분수를 아는 태도를 바탕으로 자만하지 말고 성공에만 목매지 않는다.

언제든지 부정적 결과와 마주할 심리적 준비를 갖추고 있는 것을 방어적 비관주의라 한다. 고난과 실망스러운 결과에 대비하기 위해 미리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는 것. 이것은 우리의 불안을 줄여주고 실망과 실패를 잘 견디게 해준다. 

형성의지 (로이스트루프 - 윤리적 요구)

우리가 삶에 의미 있는 형태를 부여함으로써 보다 온전하게 만들고자 하는 것. 이 의지를 삶의 기본 조건으로 보았다. 이것을 위해선 선택한 일에만 마음을 쓰고 다른 일은 기꺼이 내려놓을 수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

마음의 순결함 (키르케고르 - 다양한 영혼이 말하는 교훈적 담론)

삶에서 단 하나의 길을 가야하며 그 길은 반드시 '선' 이어야 한다. 신을 믿는 종교의 입장에서 하는 말이긴 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무엇이 옳은건지 알려주는 지침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키르케고르의 언급이 상당히 많았는데 저자가 영향을 많이 받은 철학자인가보다.

탐욕의 상징 도널드 트럼프

 

 

작가가 도널드 트럼프를 얼마나 싫어하는지 언급할 때마다 느낄 수 있었다. ㅋㅋㅋ 절제의 미덕과는 완전히 대립된, 내가 최고이고 내가 다 가질거야 나만 잘되면 돼 성공한다 아자아자 이런 탐욕 덩어리의 궁극체로 도널드 트럼프를 지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는 긍정적 사고의 힘이라는 책을 쓴 목사 노먼 빈센트 필에게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데, 긍정적 사고의 힘은 자신을 믿어라, 생각을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와 같은 우리가 흔히 보는 자기계발서의 전형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트럼프가 이런 필의 긍정적 사고에서 배운것은 긍정적이지 않은 긍정적 사고라는 것. 지만 맞고 지만 잘낮다고 자기기만하면서 현실을 부정하는 트럼프의 만행(?)을 잘 지적하였다. 

이 책을 집필하고 나서 트럼프와 바이든의 대선이 있었는데, 작가는 대선불복 꼬락서니를 보면서 거봐 역시 내 말이 맞지! 점마 저거저거 저럴 줄 알았다니까! 하고 무릎을 탁 쳤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이런 독불장군같이 지 혼자 긍정이고 성공이고 다가지겠다는 놈은 결국 주변과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는 암적인 존재가 된다는 것이다. 본인은 성공해서 잘났다고 책쓰고 할 지 몰라도 사회 전체로 봤을때는 병이 곯게 만드는 요소라는거지. 실제로 미국의 코로나 사태를 보면....

왔다갔다 차에서 읽어서 심도있게 철학적 사색을 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한번쯤 멈춰서서 어떻게 사는게 맞는 것이고 행복한 것인지 자문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뒷부분 4장 5장에서는 약간 정치적 사회적 이야기로 넘어가면서 이러한 절제의 기술을 익히는데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기면 안되고 사회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불평등과 기후변화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모든 나라가 절제의 기술을 교육하고 익혀야 된다고.

다소 뜬구름잡는 개인의 현실과는 멀게 느껴지는 이야기이지만 인간 세상을 탐구하는 학자의 입장에서는 나올 수 있는 통찰이고 또 듣고보면 맞는 소리이기도 하다. 다만, 작가의 바램대로 정말 인류가 그런 자정작용을 스스로 해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지에 대해서는 조금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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