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주도적인 시간관리가 어려운 3가지 이유
다른 블로그에서 직장 만족도를 높이는 업무습관 시간통제 3가지 비결 이라는 글을 읽고 현재 나의 직장생활에 비추어 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았다.
이 글이 설파하는 요지는 한국 직장인들의 낮은 업무만족도가 "노예같은 삶"처럼 느껴지는 이유가 크고, 그것은 회사생활 속에서 스스로의 일과 시간을 자율적으로 컨트롤하기 어려운 것에 있다.
그래서 그 굴레를 타파하고 일 속에서 스스로의 만족감을 찾으려면, "일과 시간"에 대해 자기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 간단히 말해서, 내가 업무계획을 안배하고 그에 따라 시간 또한 스스로 알아서 사용하면서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계속 옆에서 (보통 70%는 상사나 선배, 30%는 나에게 갑인 타부서) 누가 이거해라 저거해라 이건뭐냐 저건뭐냐 시시콜콜 붙들고 늘어지면 짜증만 나고 뛰쳐나가고 싶은 생각만 들기 마련이다.
일과 시간에 대한 주도권을 거머쥐기 위한 3가지 요령으로, 1) 하게될 일을 예측 , 2) 업무소요시간을 파악해서 하루단위 등의 사전계획 수립 , 3) 방해요소를 배제하고 할때는 일에만 몰두하기. 이렇게이다. 모든 직장인들이 스스로의 시간을 안배하고 자기중심적인 업무환경 속에서 일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현실에서는 몇가지 난관들이 가로막고 있다.
첫째, 상사의 통제
위에서도 말했듯이 한국 직장문화는 군대식 경향이 강해서 <상사가 시키고 부하는 한다>는 방식으로 대부분의 업무가 진행된다. 조직체계에서 관리직의 단계로 올라가게 되면, (과거에 그 사람이 솔선수범해서 하는 타입이었든, 남에게 미루고 배째는 타입이었든) 대부분은 입으로만 밑의 부하들을 조종해서 일을 진행시킨다.
그리고 그 시키는 일의 목적은 윗사람에게 입으로 보고를 잘해서 점수따기 위한 경우가 거의 전부라고 해도 될 정도다. 그러니까, 어떠한 문제를 해결하는게 목적이고 그 결과를 다시 위에 임원 등에게 보고하게 되는게 아니라, 임원에게 보고하기 위해서 문제가 뭔지 부하들을 시켜 조사하고 파악하고 임원이 해결하라고 하니까 해결했다고 보고해야되니 마구잡이로 부하들을 시켜대는 격이다.
직급이 어떻든 한국회사 대부분은 이런 수직적이고 부조리한 군대문화가 깊게 배어있어서, 내 위에 누군가 있다면 윗사람의 업무지시로 내 시간안배 (야근과 주말출근 여부까지)가 좌지우지되기에 하고 싶은 것을 원하는 시간에 할 수가 절대로 없다. 딱 한가지 방법은, 반복적이고 예상가능한 업무를 최대한 "알아서" 해버리는 것이다.
상사가 없다고 생각하고 시키던 말던 어차피 해야되는 걸 스스로 판단해서 빨리 완수해놓는 방법이다. 하려고 계획했는데 상사가 지시하든, 하고 있는데 지시하든 신경쓰지말고 그냥 내가 먼저 해야될 필요성을 인식한 후 시간계획 세우고 알아서 해놓는 것이다. 다 했는데 상사가 지시하면 그 때 금방한것처럼 보고해주면 된다.
어차피 내가 알아서 하려고 했으니까 상사의 지시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일도 없고, 시간안배를 스스로 해서 진행하면 높은 업무만족도를 느낄 수 있다. (해본 사람은 안다. 다른사람과 얽히지 않고 자기만의 일을 혼자 하는게 얼마나 편한지를) 다만 부작용은 기본적으로 상사의 존재가치를 무시하는 방법이므로 부하의 독립성을 느낀 상사가 자기 손아귀에 휘어쥐려고 견제를 걸 수 있다.
둘째, 가치없고 급한 일
내가 내 일을 알아서 시간분배해서 할 수 있다고 한들, 그럴 수 있는 일 자체가 얼마나 될까. 자기계발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유명한 다이어리 프랭클린플래너를 보면, 해야 될 일을 총 4가지로 분류해서 진행정도를 관리한다.
중요하고 급한일 (A), 중요하고 안급한일 (B), 안중요한데 급한일 (C), 안중요하고 안급한일 (D) 이렇게 분류한 후 최대한 B를 많이 하는 것이 장기적인 자기계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시간나면 영어공부를 한다던지, 운동해서 건강을 지킨다던지... 맞는 말이지.
그런데 중소기업이던 대기업이던 직장생활하는 직장인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회사업무의 대부분은 C로 채워진다는 것을. 프랭클린플래너 방식에서 매긴 A,B,C,D는 결국 나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가치있는 일인가 라는 척도인데, 회사에서는 A 중요하고 급한일도 내 자기발전과는 거리가 먼 경우가 많다.
내 상사나 나한테 뭘 요청한 다른 사람한테나 급한일이지 내가 급한이유가 있는것도 아니며 회사입장에서 중요하거나 다른사람에게 중요한 것이지 내 발전에 중요한 건 아닌 일이 대부분이다.
예전에 프랭클린 vs GTD에 대해 비교한 적이 있다. Get Things Done. 한마디로 그냥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수첩에 할거 메모해서 그냥 눈에 띄는대로 해버리는 마구잡이 방식과도 같다. 실제 회사에서는 그게 더 빠르고 효율적이다. 왜냐하면 프랭클린플래너 방식으로 일의 가치와 긴급성을 분류하는게 의미도 없거니와, 그렇게 적어놓고 안해도 되는 일 또한 없다,
중요하던 덜 중요하던 결국은 빵꾸내지않고 하긴 해야되는 일들이고, 그와중에 납기가 임박하거나 상사가 닥달하는 일은 급한일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냥 할일 쭉 적어놓고 보면서 중요도보단 급한거 우선순위로 (아무 쓰잘데기 없는 물건 갖다 전달하는 심부름일지라도) 해치워야 한다.
시장현황과 경쟁사의 전략을 분석하여 우리의 향후 마케팅전략을 수립하는 자료를 만드는 것보다 상사가 임원회의 한다고 빈 회의실 빨리 잡으라고 시킨게 더 우선순위가 높게 행해져야 하는 상황이다.
타의에 의해 급한 것이 된 일부터 처리해야 하고, 또 급하던 안급하던 내 비전과 발전에 도움안되는 남에게 중요한 일들이 대부분인 조직체계 회사생활에서는, 능동적인 일과 시간의 컨트롤이 의미가 없어진다. 물론 걔중에는 다른 부서에서 작성한 내용을 검토해서 결정하는 권한이 있는 업무를 하거나, 사사건건 남과 엮이지 않고 자기가 고민하고 몰두해서 성과를 내는 연구자 스타일로 일하는 부서도 있다.
그렇게 일하면 궁금한게 있을때 찾아보면서 공부를 더 한다거나, 개인사가 있을때 업무시간을 조정하는 등 자율적인 권한을 가지게 되고 단연 업무만족도가 높다. 다른 부서에서 바라봤을 때는 '맨날 칼퇴한다' 라는 인식을 주는 시기의 대상이자 이전의 목표이다.
셋째, 팀킬
무슨말인고 하니 내가 저렇게 내 업무와 시간을 알아서 안배하면서 만족도 높게 일하면, 같이 일하는 동료가 그걸 방해하는 적이 된다는 뜻이다. 같이 술안주로 상사욕을 하던 동기가 모르는새에 내 흉을 보며 칼퇴하는놈, 지일만하는놈 이라는 소문을 내기도 하고, 또 시킨일 말고 다른걸 하고 있는 모습을 본 상사가 할일없는놈으로 생각해서 다른 일거리를 던져주기도 한다.
한국의 직장인들은 노예같은 삶을 불평하면서도, 다른 노예가 신분상승하는 것을 그렇게도 질투한다. 내 삶이 시궁창이니 너도 같이 망해야 위안을 삼을 수 있다는 심리. 고로 일과 시간에 대한 자기주도권 확보도, 그냥 티안나게 혼자만 열심히 하면서 겉으로는 항상 힘들고 쉴틈없이 일많고 쓰러질것같은 죽상을 쓰고 있어야 된다. 그래야 얘가 힘들구나 라고 주위사람이 생각한다.
회사에서는 주위 동료에게 별 관심이 없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난 표면적인 부분만 보고 판단하게 되며 정말 친한사이가 아닌 이상 그 사람의 본질과 현재 상태에 대해 깊게 알지를 못한다. 업무만족도가 높다고 싱글벙글하면서 즐겁게 있으면 대하기 쉬운사람이 되어서 내가 할 일도 아닌데 다들 하기 싫어하는 쓸데없는 일이 하나 둘 늘어나는 것을 느낄 것이다.
나라 꼬라지가 엉망이 되어가니까 경제도 휘청, 기업도 직장인들의 삶도 덩달아 흔들리고, 그러면 그럴수록 회사내 직장생활 분위기도 점점 어두워져가는 것 같다. 칠흙같은 기나긴 터널 속을 지나고 있는 우리 직장인들 모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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