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볼마게돈 사태 저변동성에서 VIX 레버리지가 시장에 미친 영향
금융 시장에서 전례 없는 충격파를 일으킨 '볼마게돈(Volmageddon)' 사태는 저변동성에 안주하던 시장이 하루 만에 어떻게 무너질 수 있는지 보여준 생생한 교훈이다. 2018년 2월 5일 발생한 이 사건은 변동성 지수의 폭등으로 역변동성 상품들이 순식간에 가치를 잃어버린 금융 시장의 블랙스완 이벤트였다.
오랜 저변동성 환경에서 과도하게 성장한 파생상품 시장이 붕괴하면서 시스템 리스크가 어떻게 확산되는지, 그리고 시장 참여자들의 집단행동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례를 면밀히 살펴보자.
🌋 볼마게돈의 전조 저변동성 환경
2017년 미국 증시는 마치 고요한 호수같은 평온함을 유지했다. VIX 지수는 평균 11.1을 기록하며 역사적인 저변동성 환경이 조성됐고, 투자자들은 이러한 안정세가 영원할 것처럼 행동했다. 게다가 이런 환경에서 역변동성 전략 상품들은 마치 돈을 찍어내는 기계처럼 보였다.
특히 XIV(벨로시티Shares 데일리 인버스 VIX 단기 ETN)는 2016년 5억 달러에서 2018년 1월 19억 달러로 자산 규모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사실 이런 급성장은 다가올 재앙의 전조였다. 마치 화산이 폭발하기 전 평온한 것처럼, 표면적 안정성 아래에는 엄청난 압력이 쌓이고 있었다. 투자자들은 저변동성 환경에 과도하게 베팅했고, 레버리지 상품들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이런 상황에서 작은 충격만으로도 시장은 무너질 수 있는 구조적 취약성을 안고 있었다.
금융 역사를 되돌아보면 과도한 안정은 항상 위험의 신호였다. 장기간 이어진 저변동성은 투자자들의 경계심을 무너뜨렸고, 심지어 VIX 선물 시장에서 역변동성 ETP의 점유율은 30%를 넘어서며 시장 왜곡 가능성을 높였다. 알고리즘 트레이딩의 확산은 이런 위험 요소를 더욱 증폭시켰다.
⏱️ 볼마게돈 진행 과정
2018년 2월 5일은 평범한 월요일로 시작됐지만, 금융 역사에 길이 남을 날이 되고 말았다. S&P 500 지수가 전일 대비 4.1% 급락하면서 VIX 지수는 18.44에서 37.32로 단 하루 만에 102%나 폭등했다. VIX가 도입된 이후 최대 일일 상승률이었다.
하루의 시간대별 상황을 살펴보면 더욱 흥미롭다:
시간대 | 사건 내용 | 영향 범위 |
---|---|---|
09:55-10:10 | VIX 콜옵션 대량 매수 발생 | 변동성 기대치 급등 |
15:30 | S&P 500 4% 추가 하락 | VIX 선물 가격 폭등 시작 |
16:00-16:15 | 유동성 고갈로 VIX 선물 정산 지연 | XIV/SVXY 90% 이상 손실 |
16:30 이후 | Credit Suisse XIV 상장 폐지 발표 | 역변동성 상품 시장 붕괴 |
특히 오전 9시 55분부터 10시 10분 사이에는 VIX 콜옵션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옵션메트릭스 분석에 따르면, 단 15분 동안 평균 일일 거래량의 117%에 해당하는 50만 계약이 체결됐다. 이는 시장에 큰 변동성이 올 것을 예상한 투자자들의 집단적 헤지 행동이었다.
오후 들어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오후 3시 30분경 S&P 500이 4% 추가 하락하며 VIX 선물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했고, 오후 4시 15분 선물 정산 시간을 앞두고 ETP 운용사들은 대략 40억 달러 규모의 VIX 선물 매수 압력을 감당해야 했다. 결국 유동성 고갈로 XIV는 자산 가치의 97%를 순식간에 잃게 됐다.
마치 도미노가 쓰러지듯, 한 부분의 붕괴가 전체 시장에 연쇄적 충격을 가했다. 그날 저녁 Credit Suisse는 XIV의 상장 폐지를 전격 발표했고, 이는 역변동성 상품 시장 전체의 붕괴로 이어졌다.
💥 구조적 취약점 - 왜 시장은 무너졌나?
볼마게돈 사태의 본질은 금융 시스템의 구조적 취약성에 있다. 표면적으로는 안정된 시장 환경에서 파생상품들이 과도하게 성장했고, 이들의 상호 연결성이 시스템 리스크를 증폭시켰다.
시장이 무너진 주요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 과도한 시장 점유율 - XIV와 SVXY가 보유한 VIX 선물 공매도 포지션은 전체 시장의 30%를 넘어섰으며, 이는 유동성 부족 시 가격 왜곡을 심화시켰다
▲ 피드백 루프 - 레버리지 ETP의 일일 재조정 메커니즘은 역방향 피드백 루프를 형성해 추가적인 가격 상승 압력을 불러일으켰다
▲ 유동성 공급자의 부재 - 시장 스트레스 상황에서 유동성이 급격히 소멸되었고, 이는 가격 왜곡을 더욱 심화시켰다
레버리지 ETP의 구조적 특성도 이 사태를 악화시켰다. 이들 상품은 일일 재조정을 통해 지수 수익률의 역방향을 추종하도록 설계됐는데, 이는 변동성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치명적인 약점이 됐다. 시장이 하락하면 더 많은 매도 압력이 발생하고, 이는 다시 시장 하락을 부추기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었다.
또한 알고리즘 트레이딩의 집단행동은 이런 움직임을 증폭시켰다. 특정 가격 수준이나 변동성 지표에 동일한 매매 신호를 받는 알고리즘들이 동시에 움직이면서 시장 충격을 가중시켰다. 마치 먹이를 쫓는 물고기 떼처럼, 알고리즘들의 집단행동은 시장을 한 방향으로 과도하게 몰아갔다.
🔍 사후 조치와 교훈 - 시장은 무엇을 배웠나?
볼마게돈 이후 금융 시장은 깊은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미국 SEC는 레버리지 ETP 규제를 강화했고, 시장 참여자들은 리스크 관리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ProShares가 SVXY의 레버리지를 -1배에서 -0.5배로 조정한 것이다. 이는 극단적 시장 상황에서 상품의 완전한 붕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다. 또한 Credit Suisse는 XIV를 완전히 상장 폐지했다. 2019년 2월 기준으로 역변동성 ETP 자산은 50억 달러에서 10억 달러로 80%나 감소하며 시장 규모가 대폭 축소됐다.
볼마게돈이 남긴 주요 교훈은 무엇일까?
- 구조적 리스크의 중요성 - 개별 상품의 위험성보다 상품들의 상호연계성이 만들어내는 시스템 리스크를 주목해야 한다
- 유동성의 환상 - 평상시 유동성이 풍부해 보여도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다
- 집단행동의 위험성 - 알고리즘 트레이딩과 유사한 전략을 구사하는 투자자들의 집단행동은 시장 충격을 증폭시킨다
- 이해하지 못하는 상품에 투자하는 위험 - 많은 투자자들이 역변동성 상품의 구조적 리스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2025년 현재의 시각에서 볼때, 볼마게돈은 금융 혁신이 가져올 수 있는 예상치 못한 결과에 대한 경고이다. 암호화폐 파생상품 등 새로운 영역에서도 유사한 리스크가 존재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결국 금융 시장에서 과도한 안정은 위험의 신호이며, 오랜 평온은 폭풍 전의 고요일 수 있다는 교훈을 볼마게돈은 우리에게 생생하게 각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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