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밖은 지옥, 후배 상사 밑에서 버티는 요즘 엘더
- 직장생활
- 2024. 9. 29.
엘더라는 신조어 자체도 매우 서글프다. 존경하거나 비하하는 어떤 의미가 아니라 말 그대로 나이가 많은 연장자를 부르는 말이다. 직장에서의 위계 서열인 직급이 아닌 나이로 부른다는 점에서 껄끄러운 나이많은 선배를 칭하는 신조어가 되었다.
안나가는 엘더
옛날에는 회사를 나가서 가게 하나 하면서 은퇴 노후를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이제 이들도 안다.
요즘은 새로 회사에 들어오는 MZ 신입사원들이 예전과 달리 이미 약아서 어디가 편하고 어디가 헬인지 다 재고 따지고 워라밸과 자기 커리어를 신경쓴다. (MZ 3요)
마찬가지로 요즘 회사에 고인물이 된 사람들도 예전과 달리 나가봐야 회사 밖은 지옥이라는 것을, 자영업 해봤자 오랜기간 모아온 월급과 퇴직금을 날릴 뿐이라는 것을 안다.
아니 이렇게 다망하는데 평생 회사다니면서 장사에 경험, 소질도 없고 적성도 안맞는 사람이 대부분인 퇴직자들이 성공할 가능성이 얼마나 되겠냐고. 니가가라 하와이 하는거지.
최근 50대 창업자 수도 급감하는 추세이며 아예 정년까지 회사에 최대한 붙어있자는 주의가 많아졌다.
평생 직장 개념이 사라지고 이직이 보편화되는 세상이라고 하던데 오히려 임금 근로자의 평균 근속기간 통계를 보면 2004년 69개월에서 2023년에는 98개월로 대폭 늘어났다.
이게 요즘 신입사원들이 들어오면 안나가고 오래다닌다는 뜻이 아니다.
평균임금도 초고연봉 임원 통계 같이 섞어놓으면 착시현상이 생기듯이 이 근속기간도 회사에 젖은 낙엽처럼 찰싹 붙어있는 우리 고인물 엘더들 덕분에 평균이 올라간 것이다.
새로운 세대가 된 엘더
회사가 전쟁터라고? 밖은 지옥이야. 만화 미생에 나왔던 유명한 대사이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다를수도 있긴 하다. 치열한 재취업 전선이나 다망하는 자영업 소굴에서 나만은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면 말이지...
아무튼 이런 엘더들이 요즘 회사에서 한편으론 골칫거리 한편으론 하나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사실 예전에는 나이만 먹고 쓸모가 없어진 노땅들은 후배 관리자 입장에서 틈만 나면 어디든 보내버리고 싶은 눈엣가시였다. 일도 안하고 회사에서 밥만 먹고 괜히 오래 앉아있으면서 수당만 챙기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연차라 굉장히 오래된 엘더들도 실무도 뛰고 중간 관리자도 하면서 후배 보스 밑에서 일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고속승진과 임원인사를 나이를 제끼고 파격적으로 학력과 업적이 뛰어난 사람으로 시키기 때문에, 회사 직급과 나이가 역전되는게 더 이상 드문일이 아니다.
예전 노땅과는 다른 엘더
엘더 본인들도 꿔다논 보릿자루가 되기 싫고 또 지금껏 해온 업무로 실력과 경험이 오히려 후배 사원들보다 월등한 경우가 많다. 요즘의 엘더들은 옛날같이 밥만 축내는 노땅이 아니라는 소리다.
2차 베이비부머 세대가 회사의 엘더 층으로 자리를 굳게 지키고 정년까지 버티기로 일관하면서 한편으로는 롤모델이 되기도 한다. 괜히 나가서 치킨집 한다고 깝치다가 망하느니 정년까지 버티면서 자식들 학비도 보태는 것이 최고라는 걸 후배들이 보고 느끼는 것이다 ㅎㅎ (물론 나가서 장사 대박난 사람은 더욱 롤모델이 되긴 하지만..)
회사에서 MZ처럼 하나의 새로운 세대 문화가 된 엘더. 이들을 어떻게 활용하고 대우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한국기업들에 비전과 조직 효율이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