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회사생활은 무개념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다
MZ세대는 과거 회사에 헌신하던 시기와는 다르다. 근로 계약에 의해 월급을 받고 일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확고하게 자리잡혀 있다. 자신의 커리어에 도움도 되지 않으면서 워라밸을 망치는 무분별한 충성은 용납하지 않는다.
1. 90년대생 MZ세대 회사생활
온라인에서 이런 내용을 본 적이 있다. 90년대생 팀원들을 데리고 일하다가 겪은 황당했던 상황들이란 내용이었다.
사례1) 중요했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친 날 리더가 축하 회식을 제안하고 가볍게 딱 1차만 하자고 말한다. 그런데 젊은 팀원 하나가 선약이 있어서 어렵겠다고 당당하게 말을 꺼낸다. 그러더니 다른 몇몇 부서원도 적당한 사유를 대고 빠진다.
사례2) 옆 팀에서 우리 팀의 업무 경력자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생겨서 지원 요청이 왔다. 적당해보이는 사람을 골라 이걸 좀 도와줘야겠다고 얘기를 꺼냈는데, 그 직원은 그런 업무는 자기 담당이 아니라면서 반대를 한다.
사례3) 프로젝트 업무가 많은 시기라 모두 야근하는 상황이다. 그 때 칼퇴하는 젊은 말단 직원이 있어서 맡은 파트를 다 끝냈냐고 묻자, 퇴근 시간이라서요 내일 하겠습니다 라고 하고는 나간다.
사례4) 비슷한 경우인데 다들 바쁜 시기에 연차를 낸 신입사원의 경우다. 어디 아퍼서 그러냐고 묻자 아 그건 아니고 개인적 사유가 있었다고 얘기하지 않는다.
2. 당연했던 것이 이제는 꼰대다
회사 생활을 오래 한 나도 이 내용을 보면서 '불편'했다. 되도 않는 충성 강요가 바탕에 잔뜩 깔린 시각으로 MZ세대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것은 소위 MZ세대라고 하는 요즘 젊은 신입사원들은 개념이 없다라는 주장을 하고 싶은 것이다.
내 생각에는 작성자의 개념이 시대에 뒤떨어진 낡고 편협한 구닥다리가 아닌가 싶다. 자 위의 사례들을 입장을 바꿔서 다시 써보자.
사례1) 아니 회식을 할거면 사전에 사람들 가능한 시간을 물어보고 조율해서 날짜를 정해놨어야지 당일에 다짜고짜 말을 꺼내면 진짜 안되는 사람이 있는게 당연한 거 아닌가?
그리고 리더가 좋아하는 분위기의 식당 (대략 삼겹살집 같이 쭉 둘러앉아서 건배제의하고 부어라 마셔라 화이팅 하기 좋은) 끌고가서 술이나 퍼먹이려는 걸 요즘 누가 좋아하냐. 코로나가 기점이 되긴 했는데, 굳이 MZ가 아니어도 이제는 많이 사라진 적폐 문화다.
애초에 윗사람을 위한 자리라는 회식에 대한 개념이 글러먹은 것이다. 리더는 팀의 성과를 잘 내기 위해 팀원의 잠재력을 끌어내고 업무를 조율하고 어려운 부분을 서포트해주는 역할이다. 그러면 회식도 애들이 좋아하고 사기 진작에 도움이 될만한게 뭘까를 역으로 고민해서 해야 하는게 맞다.
사례2)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는데, 회사에 꼭 필요한 일이고 우리 부서에도 중요한 업무적인 파견이라면 당연히 해야겠지. 그리고 그 업무도 내 성과로 포함이 되어서 평가를 받을 때 인정을 해주어야 할 것이고.
그런데 실제로 회사 생활 할 때 그런 경우가 많은가? 뭔가 잡일 떨어져서 누군가에겐 시켜야되겠고 적당히 만만해보이는 놈 골라서 던지는 경우가 태반이다. 나중에 보면 상사가 내가 그걸 하고 있는지조차 모른다. 그러면 무슨 생각이 드냐면 내가 왜 이 티도 안나는 똥치우기를 하고 있지? 싶어진다.
예전 같았으면 속으로 삭히며 했을 테지만 요즘 MZ세대에게 그런 것을 강요할 수 없다는 말이다. 업무 성과로 인정도 안해줄거면서, 시킨 사실 조차도 까먹을거면서, 아무도 하기싫은 일 떠맡으라고 하면 제가 왜 해야하죠? 라고 되물을 때 논리적으로 타당한 반박을 할 수 있는가?
사례3) 프로젝트 일정으로 모두가 야근하는 상황을 가정한 것 부터가 잘못되었다.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근무시간 내에서 일을 하도록 되어있고, 야근을 강요할 수는 없다. 부득이한 추가 근로를 해야 한다면 그에 맞는 합당한 수당을 줘야 하고.
사례에서는 일을 다 하지 않고 개념없이 가는걸로 묘사해놨는데, 애초에 밤늦게 야근해야만 겨우 끝낼랑 말랑 할 정도의 과도한 업무량을 주었을지 어떻게 아는가. 그런 경우라면 사람을 더 뽑거나 부서 조직에 프로젝트를 감당할 정도의 인력을 충원하는 게 맞는거지.
그리고... 회사 일 하면서 중요한 프로젝트가 아닌 경우가 어디있어? 맨날 중요하고 긴박하고 그렇다고 하지.
사례4) 자기 연차는 자기 마음대로 쓸 수 있는거다. 바쁠 때 연차쓰고 빠져서 남들 하는 만큼의 일을 안하고 성과가 부족했다면 업무 평가에 반영을 하면 된다. 연차 자체를 못쓰게 강요할 게 아니라.
맡은 일을 빵꾸 안내고 다 처리하면서 틈틈히 연차를 썼다면 남들 두배를 쉬던 세배를 쉬던 상관이 없어야 한다. 오히려 연차 하나도 안쓰고 많이 쉰 사람이랑 똑같은 양밖에 못한 사람이 문제 아닌가?
출근 빨리하는지, 야근 얼만큼 하는지 이런 근무기록 가지고 그 사람의 업무량을 판단해서 아 고생했네 하는 것은 정말 개꼰대 중의 상꼰대 스러운 마인드이자 후진 문화다. 한국 기업이 업무 시간은 세계 탑급이면서 효율과 성과는 세계 최하위인 이유가 이런 것들 때문이니깐.
이제는 이런게 당연하다는 인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또 여기에는 내가 생각하기에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데 바로 한국 회사들의 조직 구조가 그것이다. 다음 글에서 다시 자세히 이야기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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