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에 의존하는 한국 반도체, 인텔의 반격

반도체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아티클을 소개한다. 2016년 11월~12월에 게재된 조선비즈의 연재칼럼이다. 뉴메모리 시대라는 용어가 나오며 인텔의 3D 크로스포인트와 이에 대항하는 GEN-Z 진영의 SCM 개발전쟁에 대해 다루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산업계에도 큰 지각변동이 생기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위기가 될 수 있다는 전제로 시작한다.

 

폰 노이만 컴퓨터
폰 노이만

컴퓨터의 유래

현대까지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의 구조는 폰노이만의 에드박(EDVAC) 아키텍처에서 유래한다. 가끔 인터넷 스낵컨텐츠 같은데서 인류역사상 최고의 천재로 칭송받는 바로 그 사람이다.

 

폰노이만의 컴퓨터는 이진법을 사용하고, 중앙처리장치(CPU)와 메모리를 나누어 데이터의 처리와 저장 기능을 분리하였다. 이 덕분에 HW는 놔두고 SW만으로 구조 변경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 방식엔 근본적인 단점이 존재하는데, 바로 각 장치간의 데이타 전송을 위해서 발생하는 병목현상이다. CPU에서 아무리 빠르게 데이터를 처리하더라도, 메모리에 저장하고 다시 다음 데이터를 불러오는 속도가 느리면 전체 시스템의 성능이 저하되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CPU에 캐시메모리를 추가하기도 하고, CPU와 메모리 각각의 성능이 개선되면서 지금까지 발전해왔다.

 

하지만 이제 DDR램의 획기적 개선도 한계점에 가까워졌다고 보는 시각이 많고, 따라서 이러한 기존 컴퓨팅 구조 자체를 바꿀 뉴메모리가 필요한 시대가 왔다는 의견들이 제기되고 있다.

 

차세대 컴퓨터 시대

완전히 새로운 메모리반도체 소자가 표준이 되고 다음 세대로 넘어가게 되면 삼성전자 등 기존의 메모리반도체 시장선두주자의 입지도 한순간에 휘둘릴 수 있다는게 위기론의 요지이다.

 

뉴메모리 시대를 대비하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대역폭을 늘린 고대역폭 메모리 (HBM D램)를 개발하기도 하였다. D램과 스토리지가 결합된 스토리지클래스메모리(SCM)도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데 대표적으로는 넷리스트의 하이브리드DIMM이 있고, 그밖에 M램(자기기록식메모리) P램(상변화메모리) 등의 기술개발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CPU에서는 확고부동한 1위의 자리이지만 메모리 시장에서의 인텔은 고배를 마신 역사가 있다. 램버스와 RD램을 추진하다가 실패했고, 노어플래시도 인텔이 최초 발명하였지만 결국 낸드플래시에 밀리고 말았다.

 

이 실패사례들을 보면, 메모리 시장에서는 성능외에도 생산공정이 간소화로 양산성 확보가 용이한지, 용량확대나 내구성 면에서 앞으로 기술개발 난이도가 적당한지가 중요한 요소였다.

 

인텔 비장의 무기

가장 좋은걸 들고 나왔다가 반대진영에 의해 쓴맛을 본 경험이 있기에 이번에 인텔의 3D크로스포인트 메모리 출시는 극비리에 장기간 준비되었다. JEDEC에 참여하지 않고 경쟁사를 의식하여 독자적인 프로젝트로 기술개발을 하였다. 중장기 로드맵에서도 언급하지 않고 출시 직전까지 철저한 비밀에 부쳤던 것이다.

 

3D크로스포인트 기술의 뉴메모리칩은 먼저 CPU 채널의 스토리지클래스메모리에 적용될 전망이고, 차차 PCI 익스프레스 SSD, 일반 SSD, D램과 낸드플래시 순으로 단계적으로 대체해 나갈 것이라 예상된다.

 

이 칼럼이 2016년말에 씌여진 것인데 1년후인 2017년말 현재 3D XPoint가 적용된 장치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데이터센터용 Optane SSD DC P4800X과 고성능 PC용 옵테인 SSD 900P를 출시했다.

 

최후의 승자는 과연

고사양 타겟팅인만큼 3D XPoint 제품의 가격은 아직까지 동일용량의 다른 메모리 제품보다 월등히 높다. 인텔의 메모리사업 반격이 시작된 것 같은데, 이 조선비즈 칼럼이 씌여진 1년뒤인 현재는 아직까지 D램이 대세이고 서버용 수요의 급증으로 삼성전자는 역대 최대실적을 기록하였다. 인텔의 신기술은 또다시 가격경쟁력이 밀려 사라지게 될지 아니면 반격의 기치를 드높일지 아직은 미지수다.

 

게다가 삼성전자도 가만히 있지는 않는 모습이다. 소프트뱅크 손정의가 인수한 ARM과 손잡고 IoT 사물인터넷 생태계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쪽도 차세대 표준을 노리는 기술투자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노어vs낸드플래시 시절같은 전쟁이 또한차례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역사가 말해주었든 반도체 표준싸움에서 지는 쪽은 시장에서 여지없이 영영 퇴출이다.

 

이러한 차세대 반도체 주도권을 잡기위한 쟁탈전은 다름아닌 중국이 무대가 될 전망인데, 그 이유는 중국이 전세계 반도체 소비시장의 6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메모리에 국한하면 (D램 낸드플래시) 무려 80%에 육박한다. 이렇게 때문에 중국에서 이루어지는 제조생산활동에 반도체를 공급하는 것에 사활이 걸려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인텔은 이미 2014년에 칭화유니그룹에 15억 달러를 투자하여 칭화유니그룹이 인수한 팹리스기업 Spreadtrum과 RDA의 지분 20%를 보유하였다. 3D 크로스포인트 메모리 생산을 위해 중국 다롄에 55억달러의 생산라인 투자도 발표하였다. 아예 중국에서 승부하겠다는 것이다. 또 인텔과 관계가 돈독한 마이크론도 중국기업과 합작하여 D램, 낸드플래시 기술제휴를 하기로 하였다. 

 

올해 메모리반도체로 최대의 실적을 올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그러나 이렇게 고공행진을 할 때가 다른 관점에서는 정점을 찍는 시기가 도래한거라고 생각한다. 중국 후발주자들의 D램과 낸드플래시 대량양산이 시작되고, 결국은 가격경쟁력을 갖춘 차세대 뉴메모리 반도체에 시장을 내주게 될 때, 마지막에 웃게되는 것은 어느 회사일까. 열심히 통찰력을 길러 지금부터 예상해보아야겠다.

 

 

2018년에 작성한 글인데 2021년 언저리에는 인텔이 AMD에 밀리면서 완전히 골로 간듯.... 앞으로는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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