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일 미루는 사람 특징, 만족 원숭이 vs 패닉 몬스터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

 

벤자민 프랭클린의 명언이다. 이 말처럼 모두가 계획한 대로 수행할 능력을 갖췄다면 누구나 역사에 남을 위인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1. 계획과 현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해야될 일이 있는데 그걸 계속 시작을 안하고 미루다가 마감이 다 되어서야 부랴부랴 벼락치기하고 다음엔 이러지 말아야지 후회하기를 반복한다.

 

미루는 사람의 계획

정상적인 과정이라면 기간별로 해야될 단계와 할 일을 수립하고 일정에 맞춰서 하면 된다. 중간 결과물을 확인하고 피드백해서 수정도 하고 보완도 해나가면 점점 완벽해진다.

 

하지만 미루는 사람의 특징은 두번째 그림처럼 계속 안하다가 마감에 닥쳐서야 몰아서 끝내곤 한다. 아... 다음에는 이러지 말아야지. 미리미리 스타트를 끊어놓고 조금씩 해놔야지 다짐을 한다. 그리고 다음번이 되면

 

미루는 사람의 계획

또 이런 상황이 반복된다. 오늘 할일을 내일로 미루는 정도가 아니라 할일을 항상 마지막 날까지 시작도 안한다.

 

막판에 몰아치면 결과물의 퀄리티도 떨어진다. 남은 시간동안 수정하면서 완성도를 높이는게 아니라 이정도면 되겠지 라는 최소한의 커트라인에 맞춰서 결과를 내놓게 된다.

 

시간에 쫓기며 하게되니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가 없고 불안함과 자괴감도 든다. 미리미리 했으면 기분도 즐겁고 여유롭게 할 수 있었을텐데.

 

2. 미루는 사람의 뇌구조

이렇게 해야 할 일을 미루고 안하는 사람들, 이들은 게으른 사람들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오히려 게으름과는 정반대인 부지런하고 완벽주의적 사람들에게서 미루는 습성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런 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다. 문제는 애초에 시작을 잘 안하려 한다는 것이다.

 

만족 원숭이

이들의 뇌 속에는 두 가지가 공존하고 있다.

  • 합리적 의사결정자 : 지금 해야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알려줌
  • 순간적 만족 원숭이 : 쉽고 재미있는 것만 신경씀

 

합리적 의사결정자는 키를 잡고 '나'라는 배를 움직여 항해하는 선장이다. 어떤 할 일이 생겼을 때 그것을 언제까지 어떻게 해야할지 합리적으로 생각해서 계획을 수립한다.

 

그 옆에 다가온 순간적 만족원숭이가 훼방을 놓는다. 공부하기 전에 책상 정리부터 해야 집중이 잘되지, 오늘은 비오니까 내일부터 헬스장에 가자, 그건 중요한 업무니까 다른 자잘한 것부터 처리해버리고 제대로 앉아서 찬찬히 보자.

 

이렇게 지금 해야할 중요한 것보다 다른 쪽으로 배의 방향을 돌리려고 한다. 이 두 가지가 하려는게 교집합일 때도 있다. 놀이공원에서 논다던지, 메뉴를 골라서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등등.

 

무언가 오래걸리고 진취적인 일을 할 때는 충돌이 생기고 대부분 만족 원숭이가 승리한다.

 

만족 원숭이는 키를 빼앗아 우리 몸을 암흑의 놀이터로 끌고 간다. 이곳이 어떤 곳인지 우린 잘 알고 있다. 놀이터에서 놀아도 사실 재미있지는 않다. 왜냐면 스스로 놀 자격이 없다는 것을 잘 아니까. 해야될 일을 미루고 놀고 있으니 죄책감, 공포, 불안, 자기혐오같은 감정들이 샘솟는다.

 

어떻게 하면 만족원숭이가 유혹하는 순간적 해방감을 떨치고 시작하기 싫지만 해야하는 일을 할 수 있을까? 이 해답또한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바로 데드라인이 다가왔을 때다.

 

패닉 몬스터

마감일이 다가오면 만족 원숭이가 유일하게 무서워하는 존재 패닉 몬스터가 등장한다. 이제서야 이성을 되찾고 남은 시간내에 어떻게 해서 어느정도로 완성할 수 있을지 재빠르게 머리를 굴린다. 그리고 더는 미룰 마지노선이 없을때 비로소 초집중모드로 번개같이 해낸다.

 

미루기에는 두가지 종류가 있다. 먼저 마감기한이 있을 때 미루기의 결과는 단기간으로 제한된다. 패닉 몬스터가 등장하기 때문에 어찌어찌 하게된다. 물론 이또한 고치고 싶은 습관이긴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기한이 없을 경우이다. 마감기한이 없다면 패닉몬스터 기제가 작동하지 않고 계속 하지 않게 된다. 장기적인 미루기는 훨씬 잘 안 보이고 드러나지 않는다. 예를 들면 건강증진, 인맥관리, 투자공부, 미래설계 같은것들 말이다.

 

누가 시키지도 않고 안해도 문제가 없는 것 같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한 사람과 안한 사람의 격차가 크게 벌어져 있다. 나중에 가서 삶을 돌아보며 혼자서 조용히 괴로워하고 장기적인 불행과 후환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자신의 삶이 구경꾼같이 느껴져서, 아예 꿈을 향해 출발할 수 없어서 인생에 대해 우울해 한다.

 

일을 미루는 사람의 뇌구조에 이 재미있는 설명은 팀 어번의 맛깔나는 TED강연 풀영상으로 볼 수 있다.

 

 

3. 미루는 사람의 6가지 유형

Sapadin. L. & Maguire. J 의 책에서는 (1999) 미루는 사람의 유형을 6가지로 분류하기도 하였다.

 

1) 완벽주의자 : 너무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지배하고 있다. 결과에 대한 기대가 너무 높아서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는 길이 안보이면 시작조차 하지 않는다.

 

2) 몽상가 : 기획하고 계획하는 것은 탁월하다. 하지만 그걸 이루기 위해 진드간히 앉아서 매진하는 것에 지쳐버리는 타입이다. 즉 판은 거창하게 벌려놓고 정작 티안나고 하기싫은 하지만 꼭 해야하는 부분은 손대기 싫은 것.

 

3) 근심걱정 : 변화를 싫어하고 새로운 것에 걱정부터 하는 타입이다. 뭔가를 시작해야 하는 그 자체가 꺼려지고 거부감이 든다.

 

4) 위기 메이커 : 막판에 집중해서 몰아칠 때 아드레날린이 분비되고 만족도가 높은 타입이다. 이 타입은 하려고 하는데 미룬다기보다는 의도적으로 마지막에 안배한다고 보는 게 맞다.

 

5) 반항아 : 마감을 가지고 쪼이는 상황에 적대감을 표출하는 타입. 일을 시켜야하는데 달래가면서 해야해서 껄끄러운 유형이기도 하다. 아니 이 많은걸 내일까지 어떻게 다 하라는거에요 라며 불평하는데 상대를 봐가면서 분노조절잘해가 되기도 한다.

 

6) 과부하 : 쳐내지 못하고 잡무도 잔뜩 떠안아버리는 스타일이다. 그 때문에 정작 해야될 자신의 중요한 일은 뒷전으로 미루게 된다.

 

이중에서 앞서 말한 시작을 못하는 유형은 1완벽주의자 3근심걱정 6과부하 이 타입들이 되겠다. 나머지는 시작을 못한다기보다 뺀질거리는 느낌같기도 하고...

 

4. 미루는 습관 해결책

미루는 습관을 바꾸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일정의 세분화 : 한달 걸리는 일이 있는데 기한이 두달 남았으니 시작을 안하고 있다. 이럴때는 여러 단위로 잘게 쪼개서 하루짜리 또는 두시간 짜리 task로 분리한 뒤 가장 처음 것부터 해본다.

 

체지방율 10%빼고 바디프로필 찍기. 이렇게 생각해봤자 아무것도 시작을 하지 않는다. 헬스장 알아보기, 안빠지고 갈 루틴 짜보기, 피티 상담 받아보기 같이 작은 것들로 나누어 해야한다.

 

추진력이 좋은 사람이 보기엔 아니 그걸 뭘 나누고 있어 그냥 하면되지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나, 선뜻 스타트를 끊기 힘든 사람에게는 이런 의도적인 노력도 필요한 법이다.

 

2) 작은 보상 : 작은 목표로 일을 쪼갠 뒤, 그걸 스행하면서 작은 보상을 지속적으로 준다. 인간의 뇌는 스스로 생각하는 것처럼 의지가 강하지 않다. 순간적 만족원숭이를 속일 수 있도록, 자잘한 보상을 스스로에게 선물하면서 한단계 한단계 밀고나가야 한다.

 

3) 능동적 미루기 : 어차피 미룰거라면, 이또한 계획적이고 효율적으로 미루는 것이다. 과제를 해야하는데 생각없이 유튜브를 보면서 시간을 축내지 말고, 유튜브 뭐만 보고 과제 시작하기로 미리 계획을 짜놓는 것이다. 30분 시청후 중단되도록 설정같은 반강제적 방법을 병행하면 좋다.

 

4) 대충 시작하는 연습 : 경험상 이게 가장 중요하고 효과적인 해결책이다. 예를 들어 10장짜리 이사한테 보고할 자료를 만들어야 한다고 하자. 시작할 엄두가 안날 것이다. 앉은자리에서 그걸 완료하기 위해 해야할 분량이 엄청나기 때문에 시작조차 안하게 된다.

 

이 때 아주 사소한 시작이라도 반드시 하는 연습을 한다. 예를들면 각 페이지의 제목만 대략적으로 넣어서 전체를 구상하고, 매 페이지에 파워포인트를 어떤식으로 꾸밀지 큼직큼직하게 영역만 나눠놓는다던지, 아니면 넣어야 할 자료 또는 말해야 할 내용의 핵심 키워드만이라도 적어본다.

 

최종 버전이 아니어도 된다. 머라도, 대충이라도 아니 무조건 대충 적어라. 첫장 첫문장부터 완벽한 최종버전으로 작성하면서 나아가려고 하니까 시작 자체를 안하게 되는 것이다. 그림그릴 때 스케치하고 색칠하는 것처럼 대략적인 틀부터 짜고 구체적으로 채워넣고 검토하고 수정하고 그런 식으로 해버릇 해야한다.

 

이게 습관이 잘 들면 나중에는 처음에 대충 작성하는 초기버전도 완성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미루는 마음을 이겨내려고 애쓰지 말고, 스타트만 일단 끊도록 방법을 찾는게 우선이다. 이렇게 할 일을 대하는 자세를 바꾸면 스트레스 받는게 싫어서 시작조차 안하는 미루는 습관을 조금씩이라도 고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