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SDR 특별인출권 뜻, 기축통화와 교환성 통화의 차이
- 매크로경제
- 2023. 1. 1.
제 20대 대통령 선거 TV 토론회 당시, 안철수와 이재명 사이에 오간 대화에서 논란이 되었던 이슈이다. 기축통화국 발언 때문에 화제가 되었는데 그 근거가 되었던 SDR 특별인출권이 무엇인지, 현재 통화바스켓 구성은 어떠한지 알아본다.
1. 사건의 발단
대선후보 TV 토론회에서 안철수 후보가 이재명 후보에게 확장정책으로 국채 발행을 늘리면 국가 재정건전성이 악화되지 않겠냐, 기축통화국과 비기축통화국 차이를 아시냐 라고 질문하였다.
이재명이 당연히 알죠. 한국이 곧 기축통화국 편입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가 있듯이 경제는 매우 튼튼하다. 라고 답했다. 이에 안철수는 낙관적으로 보면 우리도 좀 더 발전하면 그럴 수 있겠지만 지금은 아니라는게 문제라고 답변했다.
이를 두고 당시 이재명이 기축통화국 뜻도 모른다면서 일각에서 신랄하게 돌려까기 당했었다.
직접 토론회 대화의 앞뒤 맥락을 들어보니 기축통화국이 뭔지 개념조차 몰랐던건 아닌거 같고, 정확히는 IMF SDR (특별인출권) 통화바스켓에 원화편입 추진하자는 전경련 보도자료를 인용하다 생긴 문제인 듯 하다.
여기서 정치적 논쟁을 할 생각은 아니니 사건 배경얘기는 이쯤하고, 이번 포스팅에서는 문제가 된 경제 용어를 찾아보면서 공부해보고자 한다. (까는 사람이던 실드치는 사람이던 IMF SDR이 뭔지 개념이라도 찾아보는 이가 몇이나 될까)
🔺 당시 전경련 보고서에 보면 위와 같이 나와있었다. 한국의 위상이 이러이러하니깐 SDR 통화바스켓에 원화 편입을 추진하자는 내용이다.
이것만 보고 그대로 인용했으면 기축통화국 편입이라는 용어를 썼을법도 하다. 제목부터 기축통화 편입근거 라고 되어있으니깐.
🔺 이재명이 전경련 보고서를 직접 읽고 얘기한 것은 아닐테고, 그걸 바탕으로 한 언론 보도가 되었는데 발언 내용처럼 이 보도를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단 전경련 보고서 내용을 살펴보면, 한국 경제 위상이 이만큼 높으니 이제 우리도 IMF SDR에 포함될 자격이 있다는 주장인데 이를 원화의 기축통화 편입과 같은 개념으로 보고 화폐발행으로 얻게되는 국익을 계산해놓았다.
국뽕 결론을 도출하려고 입맛에 맞는 데이터를 썼을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한국 경제상황을 나타내는 지표와 여러 자료들이 많은 유용한 보고서이다.
2. IMF SDR이란?
그럼 논쟁의 발단이 된 IMF SDR이 대체 무엇인지 살펴보자. 한국인이라면 너무나 잘 알고있는 국제기구, 국제통화기금 IMF 에서 지정한 특별인출권 통화바스켓이다.
특별인출권이 무슨 말이냐면, IMF 가맹국이 달러가 필요할 때 담보없이 외화를 인출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해당국의 경제가 튼튼하고 통화에 신뢰가 있으니까 필요할 때 우리 달러를 빌려쓸 수 있게 해줄게 라며 특권을 주는 것이다.
당연히 아무나 끼워주진 않고 (빌려줬다 부도낸다던지, 악용해서 환율조작 한다던지 미친짓 하면 안되니) IMF가 검토하는 엄격한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 그 기준이란 수출규모가 세계 5위권 수준일 것, 그리고 국제거래에서 결제수단으로 통용되고 외환시장에서 폭넓게 거래되는 화폐여야 한다.
- widely used
- widely traded
🔺 IMF SDR은 위와 같은 변천사를 거쳐서 현재에 이르렀으며 특별인출권 통화바스켓에 포함된 통화의 종류와 비중은 달러(42%) 유로(31%) 위안(11%) 엔(8%) 파운드(8%) 이다.
흔히 우리가 기축통화라고 알고 있는 것들에 최근 글로벌 위상을 높이려는 중국의 위안화가 포함되었다. 중국 위안화의 경우 외환시장 거래비중은 세계 8위 3.97% 수준으로 그렇게 높다고 할 수 없지만 경제규모가 성장하면서 수출비중은 세계 1,2위를 다투고 전세계 GDP의 22%에 달할 정도로 커졌기 때문에 통화바스켓에 들어가게 되었다.
또한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 중국은 폐쇄적인 금융시장을 개방하려는 노력을 보여왔다. 역내 외환시장을 개방하고, IMF에 외환보유액 통화구성 내용도 보고하였으며 위안화 표시 역외국채를 발행하기도 하였다. 그만큼 여기 IMF SDR 통화바스켓에 들어간다는 것은 외환위기에 튼튼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등 여러가지 국익이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위안화까지 포함되면서 이 SDR 통화바스켓을 모아놓으면 전세계 GDP의 60%, 세계 수출규모의 90%에 해당하게 되었다.
IMF SDR 이라는 것이 세계적으로 무역거래 외환거래에 사용되는 통화라는 대표성을 띄게 되는 것이다.
SDR 선정은 보통 5년 주기로 이루어져서 원래 2020년에 했어야 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미뤄지고 2022년 중반 새롭게 지정된 통화바스켓으로 8월 1일부터 운영된다.
통화 | 가중치 | 통화 단위 |
미국 달러 | 43.38 | 0.57813 |
유로화 | 29.31 | 0.37379 |
중국 위안화 | 12.28 | 1.0993 |
일본 엔화 | 7.59 | 13.452 |
영국 파운드 | 7.44 | 0.080870 |
이번에 신규로 책정된 통화바스켓 가중치는 위와 같다. 행복회로 돌린 전경련의 기대와는 달리 한국 원화가 여기에 편입되는 일 같은건 없었다.
통화 단위와 가중치를 이용하면 통합화폐 유로화처럼 1SDR의 가치를 산정할 수도 있는데 어차피 큰 의미는 없다. 브레튼우즈 체제 붕괴 후 지금은 변동환율제도 채택중이기 때문에 SDR 통화바스켓에 대한 의존도도 금융위기 같은 때가 아니면 많이 낮아진 상태이다.
3. 기축통화와 교환성 통화 차이
어떤 이는
엄밀히 말하면 실제로 기축통화국은 달러 뿐이고 다른 유로 엔화 이런 것들은 교환성통화이다, 한국이 이 SDR에 들어간다고 해도 기축통화국이 되는것은 아니다
라고도 한다.
이 주장은 다소 억지스럽게 트집잡은 부분도 있다. 왜냐면 우리가 일본 엔화나 유로를 말할때도 흔히 기축통화라는 표현을 종종 쓰기 때문이다. 기축통화 달러와 교환성 통화 유로, 엔화 이렇게 매번 구분해서 말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경제규모가 크고 공신력 있어서 '양적완화 = 국채발행'을 보다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국가들을 통상 기축통화국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것이다.
만약 이재명이 토론회에서 기축통화국이란 말 대신에 SDR 통화바스켓 편입을 추진할 정도로 한국경제의 내실은 튼튼하다 라고 했으면 논란이 없었을 것이다. 쟁점은 재정정책을 위한 국채발행을 할 여력이 있냐는 것이니까 한국경제는 대외적으로도 인정받는 튼튼한 상태라는 주장만 하면 되었다.
(나아가 SDR이 뭔지는 들어보셨습니까 라고 역공을 할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저 주장은 동시에 맞는 말이기도 하다. 엄밀히 말하면 기축통화와 교환성통화는 다른 말이므로. 기축통화란 세계 통화간 거래 즉 외환거래시에 결제수단이 되는 통화, key currency를 의미한다. 이러한 기축통화로 쓰일려면 여러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는데,
- 세계적으로 군사적 외교적 영향력을 끼치는 초강대국일 것
- 금 보유량이 많을 것 (금태환 시절 얘기라 지금은 노상관)
- 엄청난 무역적자를 감수
- 발달된 첨단 금융시장
- 국가 신용도와 물가 안정으로 화폐가치에 신뢰
이 모든 조건을 갖춘 유일한 나라는 미국뿐이며 따라서 현재 지구상에 진정한 의미의 기축통화는 달러뿐이다. 2차대전후 승전국 패전국 모두가 너덜너덜해진 상태에서 미국만 완전쎈 상태였기에 브레튼우즈 협의로 모든 화폐가 달러에 연동되는 기축통화 시스템이 수립되었다.
그럼 유일한 기축통화가 달러라는 것은 알았고, 교환성통화란?? 어떤 기준으로 보느냐에 따라 포함 범위가 다른데, 가장 포괄적 개념으로는 기축통화 달러와 교환할 수 있는 대부분 화폐들을 말한다.
범위를 조금 좁히면 외환시장에서 통용되고 달러와 자유로이 거래가 가능한 강대국의 화폐들이라고 볼 수 있다. IMF 8조에 통화 교환성을 부여할 것이라는 조항이 있는데 이 의무규정 준수를 수락한 회원국들을 IMF 8조국이라 부르며 2018년 기준 66개국가가 가입되어 있다. 이 8조국 화폐들을 교환성 통화라고 볼 수도 있다.
(14조도 있는데 개발도상국 위주로 85개국이 가입)
범위를 더 좁히면, 준기축통화 정도의 통용성을 가진 핵심 화폐들로 한정지을 수 있는데 이 때 IMF SDR 통화바스켓에 포함된 화폐들을 교환성 통화로 칭하기도 한다.
정리하고 보니 기축통화국이 되네마네가 아니라 국채 찍어서 재정정책 확대하는게 포퓰리즘이냐 복지냐를 토론해야 되는건데 그런 내용은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대선 토론회에 뭘 기대하겠냐만은.
🔺 위 영상에서 심상정쪽 사람이 한 얘기처럼 한국은 현재 가계부채 출구전략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것도 맞는 말 같다.
국채발행은 어차피 입찰로 이루어 지니까 금리가 외국자본이 보는 국가 신용도를 나타내 준다. 코로나 시기 겪으면서도 한국 국채에 대한 인기가 높은 것은 맞다. 그만큼 경제를 튼실하게 평가받았다는 것이고.
다만 입찰 매각이 아닌 미국 일본처럼 중앙은행 매입 방식의 양적완화는 정말 기축통화국이라도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라 한국은 아직 시기상조가 아닌가 싶다.
최초 작성일 : 220224
최종 수정일 : 230101